장자하 개인전
3-A Gallery, CICA Museum
February 15-19, 2023
2023.02.15-19
SHADOW PLANT-겨울정원
작가는 사람들이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하며 삶을 지속하는 모습을 식물의 모습으로 치환하여 표현한다. 사람과 식물은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거스를 수 없이 적응이라는 명제를 통해 진화해야만 생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닮아있기 때문이다. 식물이 공간과 시간에 적응하면서 진화라는 필연적인 답을 내어놓는 과정을 다양한 형태의 변화와 실험적인 색채를 통해 표현한다. 식물이 진화하듯이 작가의 작품도 평면에서 시작해 입체로 다시 미디어로 진화하며, 단순화된 패턴에서 시작해 본래의 물성을 제거한 그림자로 진화한다. 이런 기술적 매체들에 의해 생산되는 이미지들은 전통적인 매체들의 예술적 표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의 구체적인 사건들과의 관련 속에서 사람들 정신적 상황의 내밀하고 밀도 높은 부분들을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안착시켜 정착하게 하는 정신적 생산물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식물을 이미지화한 작가의 구체적인 생산물은 사회와의 다양한 소통방식을 통해 그 자체의 미학적 채널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런 면에서 작가의 작업이 작가에게는 의미의 개별적 특수성을 생산하는 단자가 될 것이며, 수용하는 대중에게는 사회적, 정서적 보편성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 생산의 도구들이 그러하듯이 작가의 작품은 작가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미학적 특수성을 포함해 전체 사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으로 확대된다. 인위적으로 의미를 생성시키는 예술적 행위의 근거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생존과 관련되어 있고 또한 그 생존의 기반에서 작용하는 창조의 충동은 삶의 의미론적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개별적 인간들의 미학적 지향성으로 인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작가 장자하(張子荷)는 중국 하얼빈사범대학교(哈尔滨师范大学)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중국인이다. 이후 러시아 국립사범대학교(Россий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педагогический университет имени А. И. Герцена)에서 전공을 회화로 바꾸고 대한민국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기간 내내 장자하는 개인의 경험과 시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 식물의 이미지를 기호화하는 작업에 몰입한다. 작가가 생산하는 식물 이미지들은 오랜 유학 생활에서 느꼈던 이방인의 이질감과 소외감을 극복하고 주어진 공간과 시간에 단단하게 뿌리내리며 성장하는 작가 자신이며, 나아가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실재를 제거한 식물의 그림자를 실물과 같은 사회적 임무를 수행하는 인간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디지털 매체의 활용은 다원화된 사회 변화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진화하는 삶의 지속을 표현하며 전통적인 형식에 더해 확장된 조형 표현과 조형 예술로서의 미적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이는 작가가 지금까지 창작해왔던 소극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이 바뀌는 시점이고, 작가의 작품을 소비하는 대중과의 교류를 극대화시킬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