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영 개인전
3-B Gallery, CICA Museum
April 27 – May 1, 2022
2022.04.27-05.01
딜레마를 삼킨 수수께끼 we
아직 형태가 완성되기 전의 흔적들. 그 흔적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작업이다. 인간은 매개체 없이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며,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존재이나 이 정체성은 모순과 불완전함을 내포하고 있다. 세계 안에 나만 존재한다면 정체성은 존재치 않으며, 나의 고유함은 타자가 있을 때 비로소 태어난다. 우리는 선택권 없이 태어나 부모로부터 유전적 기질과 환경, 그리고 눈, 코, 입의 배열을 물려받은 운명적 존재이며, 문화적 산물이다. 동시에 살과 피로 이루어진 물질이며, 물질의 장막 너머 어딘가에 의식과 무의식으로 자리하며, 누군가의 기억 안에 존재하는 비물질이다. 그렇게 한 인간을 이루는 정체성은 필연적으로 관계적인 소산이다. 내 작업 안에서 관념적 비례가 깨진 왜곡된 형상은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함에서 오는 왜곡과 흔들림. 현실의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의 괴리에서 혼란을 겪으며, 선과 악, 운명과 의지, 거룩한 것과 속된 것
이렇게 양극단에 위치해 있는 듯 보이나, 대립항을 지닌 하나의 짝으로 이루어진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자운동하며, 번민하는 인간을 표현
하고 있다. 이쪽과 저쪽은 뚜렷한 경계선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경계선은 동시에 두 지점이 만나는 접점이기도 하다. 그 경계선 혹은 접점이라 부르는 사이. 이쪽 또는 저쪽에서 인간은 관계, 물질, 정신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순간 고정된 형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추함과 아름다움, 환희와 고통이 뒤섞여 우글거리며 변화한다. 그것은 처음의 원형과는 다르나 뒤틀리고 왜곡된 형태는 그 원형의 본질을 소유하고 있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주어진 형태. 그리고 우연히 만들어진 형태. 그리고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형태. 지금, 여기서 실존하며 도래하는 죽음을 기다리는 우리는 형태를 수단으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