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아 개인전
3-A Gallery, CICA Museum
November 2 – 6, 2022
2022.11.02 – 06
태초에 신비한 세포들이 나타났고 그것들은 주저 없이 꿈틀대며 형태를 이루며
군락을 만들어 물질계에 덩어리를 이루고, 네발을 갖게 되었으며 튼튼한 이빨로 다른 작은 것들을 잘게 씹어서 흡수해 버렸고, 점점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해갔다. 모든 것은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나누어져 버렸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근원과 숨결을 공유했다.
내 작업은 더 깊은 곳의 민 낯을 드러내는 과정이자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아름다운 것, 숭고하고 빛나는 것 밑에 웅크리고 있던 혐오스러운 것, 더러운 것, 기괴한 것들 또한 나의 창조물들임을 알고 그것을 그림으로 풀어내고, 또 기꺼이 품어주는 작업의 연속이다.
마음의 노예가 되었을 때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세상의 오물’ 깊게 감추고 가두어 버렸다. 의식의 성장에 대한 발전이 있다는 신념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월등한 것과 하등 한 것이 생겨버렸다. 인도에서 명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더 수행을 많이 해서 높아 보이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생활에 찌든 바쁜 현대인들은 내면성장이 늦는 초보자로 진보가 덜 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물론 높은 차원의 것과 낮은 차원의 에너지는 다르다. 하지만 모든 만물의 심장은 같은 지구의 흙에서 피어난 것이며 모든 것은 근원에서 태어나 근원으로 돌아간다.
나의 작업은 내면의 다양한 자아- 머리가 여럿 달린 괴물부터 작은 네발 달린 초식동물, 달팽이, 모래, 구름, 천사 등 모든 것을 탐구하면서 결국 무아(초월적 상태)로 이르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의식이자 예술적 실험이다. 다양한 탈을 수없이 만나고 창조함으로써 원형에 대한, 순수함, 내면의 신성과의 합일에 대한 소망을 나타내고자 했다.
선수아 작가는 2008년 서울대학교 공예디자인과 재학 중 도불하여 프랑스 ESAL(École Supérieure d’Art de Lorraine)에서 이미지&내레이션 DNAT(학사)를 2012년 수료하고, 오랜 기간 인도에서 명상수행을 한 영적 탐구자이자 방랑자이다. 아이들의 세계와 동화책에도 심취해있는 동화작가이기도 하다. 현재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경기도 양평 작업실에 거주하며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