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현 개인전
M Gallery, CICA Museum
January 11 – 15, 2023
2023.01.11 – 15
야생환상, 그 불완전한 공존
이번 개인전은 강박적 유희를 통한 무의식적 환영으로 이루어진 ‘잠재적 이미지 변형(야생환상)’에 주목하여 불완전한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실존할 것 같기도 하며, 없을 것 같기도 한 기호들의 집합체인 비현실적인 공간입니다. 이는 작고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것을 사소하게 여기지 않고 중요하게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에서 생겨났으며, 기호적 형상은 정확한 재현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저는 가능성의 탐구가 회화라는 매체의 특수성을 강조한다는 것에 의거하여, 비재현적인 것에 대한 가능성의 탐구를 중심으로 회화의 방법론적 실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호기심과 일탈로 이루어진 ‘잠재적 이미지 변형(야생환상)’은 이해할 수 없는 조화를 이끌어내고 이는 무한히 팽창하여 화면 안에 불완전한 공존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사고의 연속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듯이, 하나의 야생환상이 다른 환상으로 이어지며 변이를 가하는 것은 사유의 실험이자 탈주의 리듬과도 같습니다.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흥미롭고, 구분이 사라지는 함열(implosion)이 일어남으로써, 저는 이를 불완전한 공존으로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실재하는 사건들, 정보, 지식은 기호화된 데이터로 축적되어 다양한 형태로 보존되고 조합되며 변형되어 네트워크 사회를 이루게 됩니다. 저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을 이룩하는 뿌리와 묘목의 ‘식물기호’로 연쇄적으로 재생산되는 연결의 미학을 풀어가고자 합니다.
나는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의 무한한 확장’을 주제로 수집된 이미지를 비틀어, 계획된 우발성으로 연상되는 변이 생명체인 ‘식물기호’를 표현한다. 식물기호는 연상작용으로 이루어진 다양체의 기호체계이며,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으며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함축하는 나의 고유한 조형언어이다. 즉 식물기호는 우발적으로 생성된 흔적을 재구성한 잠재적 이미지이다.
라이프니츠가 ‘가장 훌륭한 세계’는 완벽한 세계가 아니라 ‘가장 큰 잠재성을 가진 세계’라고 한 것처럼, 나는 잠재적인 것을 ‘식물기호(Topiary)’의 이미지로 구현하여 수많은 새로운 관계들을 만드는 유희의 장을 펼쳐 보인다. ‘식물기호’는 의도적으로 형상의 외관을 비틀어 파기함으로써, 제한적인 이미지 인식과정에 질문을 던지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정의된 예술적 용어이다. 이는 아무런 힌트 없이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를 인출하는 ‘자유회상(free recall)’과 놀이의식을 통해 ‘자유연상 드로잉(Automatism)’으로 확장하여 의도적으로 흔적을 만드는 방법론을 가진다. 다시 말해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것들의 나열에서 의도적 재조합의 과정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나는 마치 낚시꾼처럼 이미지를 잡아내고 정원사처럼 이미지를 배양하고 키워나간다. 먹잇감을 참는 탐색자처럼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행하는 행위를 기반으로 작업에 임하며, 우연한 마주침의 순간을 식물기호의 형상으로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