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재 개인전
CICA Museum, 3-A Gallery
January 17 – 21, 2024
2024.01.17 – 21
Orphanism 오퍼니즘
전시 <오퍼니즘 Orphanism>은 근. 현대사 속에서 세대를 거쳐 발견되는 고아가 된 상태 (The state of being an orphan)와 개인의 ‘고아 됨’을 영화의 극적 형식과 이야기를 빌어 살펴보고 있다.
알렌 라이스너(Allen Reisner)감독의 1957년 작 영화 <All mine to give(역: 내 모든 것을 주어도)>는 유럽에서 미국 중부의 어느 마을로 이주한 젊은 부부와 여섯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난과 질병, 개척시대의 질고의 세월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는 동시대의 여느 가족의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병으로 부모를 잃은 여섯 남매는 맏이의 안내로 그 동안 알고 지내던 이웃들에게 자신들의 입양을 스스로 요청한다. 이웃들은 이들의 아픔과 시대의 고난을 나누며 이 요청을 받아들인다. 각기 서로 다른 집으로 입양을 떠나는 아이들은 앞으로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것, 새로운 보호자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이들이 남겨졌다는 것이 영원하리라는 것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인다. 스스로 보호자를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일종의 수동성을 극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아가 되었지만 스스로 고아이기를 선택한 것처럼, 스스로 보호자가 된 고아를 자처하는 것이다.
오늘날 ‘고아 됨’은 족보나 혈통의 연속성을 상실한 상태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근. 현대 국가에서 발생되는 전쟁, 질병, 재해, 이념, 이주, 문화, 관습으로 인해 개인이 고아가 되어야 하는 선택이 강요되는 현상과 이들의 버려진 상태, 상태의 수동성, 분리와 고립, 불연속성에 질문을 일으킨다.
드라마 속에서 발견되는 비극의 극적인 재생은 그로 인해 발생되는 비극미가 회화적 재생과 연결되며 보다 현실적으로 생생해진다.
전시는 결국에 모든 사람, 모든 개인이 삶의 어떤 지점에서는 ‘고아’라는 상태로 교착되는 지점을 드러내고, 더불어 이 운명론적 귀착을 어떻게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는 지, 때로는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비극의 미학적 해석과 그 재생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승재는 근현대사 속에 개인이 저항할 수 없이 반복되는 비극에 노출되고 이를 극복하는 개인의 정서와 집단적 의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의 회화와 드로잉에 등장하는 개별적 정서는 개인의 이야기 속으로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불러와 이들을 (연)극적으로 번역하고, 영화, 드라마, 시와 소설과 같은 서사로 재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