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Murder Walls Solo Exhibition

    송재백 개인전

    3-A Gallery, CICA Museum
    April 5 – 9, 2023
    2023.04.05 – 04.09

    Trapped Out

    다사다난한 어린 시절을 겪은 나에게 힙합은 어떤 어려운 상황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힙합 음악은 래퍼들의 치열하고 위험한 삶과 그 보상으로 쟁취한 성공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힙합 음악 속 래퍼들은 전용기와 슈퍼카를 타고 바삐 움직이며 호화로운 옷과 장신구를 착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아직도 위험한 거리의 삶과 엮여 있음을 강조한다. 이들의 삶에는 야성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와 그것으로 쟁취한 호화로움 뿐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거친 삶에서 오는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가 공존한다.

    삶은 태어나 성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삶과 죽음은 이분법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일직선상에 동시에 존재한다.
    우리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은 빈틈없이 돈과 묶인다. 물리적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식주를 추구할 뿐 아니라 사회적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더 많은 돈, 더 좋은 물건들을 쟁취해야 한다. 그래서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물신들을 숭배하며 살아간다.

    생물로서 인간의 삶과 죽음은 한 직선의 끝과 끝에 위치해 공존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 직선에 돈이라는 꼭짓점을 추가해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삼각형 안에 갇혀 산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이런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내 작품은 삶과 죽음과 돈, 세가지의 상징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은 내 머리속과 같은  검은 배경 위에서 탄생한다. 삶과 돈, 죽음의 키워드를 가진 텍스트들과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그 중 선택되어 남아있는 텍스트와  이미지들은 캔버스에 배치되어 콜라주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결합되기도 한다. 이런 작업 방식은, 단어들을 골라내고 플로우나 라임 등에 따라 배치하고 섞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랩 가사의 작법과 다르지 않다. 또 전시를 하게 된다면, 비슷한 주제로 그려진 작품들이 모여 타이틀에 해당하는 무거운 작품과, 그 작품들을 보조하거나 서로 이어주는 skit을 이루어 하나의 힙합 앨범처럼 느껴지게 하려고 한다.

    나는 작품들을 통해서 자본주의를 비판하거나 경제적 성공의 허무함을 말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치열하게 호화스러운 삶을 쟁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나의 작품이 관객들에게 교조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내가 그려낸 화면이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일종의 거울처럼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회화과를 졸업하고 화가, 댄서로 활동하고 있는 송재백입니다. 힙합 음악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방법론에 영향을 받아 회화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힙합은 경제적, 감정적으로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내며 절망을 느끼던 저에게 의지를 불어넣어 준 음악 장르이자 문화입니다. 제가 힙합을 통해 바라본 세계를 캔버스에 기록하고 보여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