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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Kyong Lee Solo Exhibition

    이미경 개인전

    M Gallery, CICA Museum

    April 12 – 16, 2023

    2023.04.12 – 16

    딱 한번 거짓말을 했다

    이미경 작가의 작업은 무의식 속에 침잠해 있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예술이 이 트라우마를 다룬다는 것은 재현 불가능성을 직시하는 일이 된다. 말하자면,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을 재현하려는 시도는, 그것을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핵심이 되는 것이다. 사진은 재현예술이라는 형식적 제약이 있다는 편견에 휩싸이곤 한다. 하지만 이미경 작가가 사진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사진의 비재현적 힘이다.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는 사진이 실재로는 재현 불가능한 무언가를 드러내는 힘을 지닌다고 그녀는 믿는다. 의식의 논리 범주에 포섭되지 않는 다양한 감각과 감정의 결들의 ‘있음’을 증언하는 일을 사진이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발터 벤야민은 「사진의 작은 역사」(1931)에서, 한편으로는 사진이라는 매체는 인간의 눈으로 보기 어려운 세계를 포착하는 힘이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말하자면 고속촬영, 연사, 확대 같은 보조적인 기능들에 힘입어 사진은 시각적 무의식을 가시화한다는 것이다. 사진의 이러한 특성 이면에는, 사진과 트라우마 간의 강력한 유사성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사진과 트라우마 양자 모두 의식 혹은 의도가 매개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새겨지는 어떤 흔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 흔적이 과거의 현전과 현재의 부재를 동시에 지시해준다는 점이다.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핵심이 되는 것이다.

    <기억보자기>(2021)에서 작가는 사진과 트라우마의 접점을 영민하게 활용하였다. 경남 진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 빈번하게 이사를 다닌 기억들과 어머니에게 닥쳤던 큰 사고를 직면한 이후 작가 자신에게 남은 트라우마를 중첩시킨 작업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모아둔 어머니의 사진들을 얇은 천 위에 인화하고 이를 보자기 삼아 보따리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자신의 유년기를 보살펴주던 어머니의 고된 삶에 대한 기억, 자신이 성인이 되어 비로소 어머니가 된 어느 날 어머니를 잃을 뻔했던 가슴 아픈 기억,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었던 현재까지의 모든 시간들이 겹쳐졌다. 이렇듯 시간적 층위가 다른 과거와 현재 등이 하나의 사진 이미지에 중첩될 수 있었던 것은 사진의 재현적 권위로부터 탈피한 덕분이었다. 우리는 보통 인물사진을 폐기하거나 훼손할 때에 어떤 불편함을 경험하곤 한다. 이러한 감정적 편향에는 사진의 재현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경 작가는 사진을 구기는 행위를 통해 기존의 사진적 재현 논리가 만들어놓은 강박적인 질서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감행하고 있었다. 이렇듯 기억보자기 외에도 <드레스>(2020)나 <Untitled>(2021) 시리즈와 같은 설치 작업 등을 과감히 시도하며 매체적인 경계를 허무는 일에 그녀가 적극적인 이유는 사진이라는 형식에 각인된 재현논리로부터 벗어나 그것의 비재현적 힘을 드러내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김나리_ 미술비평가

    이미경은 늦은 나이에 사진을 전공했다.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였다. 그런 이유로 본인의 작업은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를 얼마만큼 확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많다. 하지만 개인적인 문제가 중요하기에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초창기 작업은 <보다>를 연작으로 타인과의 관계성과 내면의 심리 상태에 대해 사진 작업을 했다. 사진작업만으로는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작품에 한계를 인지하게 되었고 2021년 이후에는 매체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진을 기본으로 다양한 재료를 접목시키는 작업, 인쇄된 사진을 훼손시키는 작업 등 여러 가지를 도전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사진이 가지는 형식적인 한계와 각인된 해석의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실험적인 작업이며 그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