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개인전
CICA Museum, M Gallery
August 16 – 20, 2023
2023.08.16 – 20
닿을 수 없는 촉감
촉감에 집중해 본 적이 있는가? 더 나아가 촉감으로부터 시작되는 위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의 경우엔 얼마 전에 떠난 내 강아지에게 그것을 느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갑작스럽게 떠날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상에서 강아지를 껴안고 있으면서였다. 가벼운 궁금증으로 스쳐 지나갔던 생각들이었지만 갑자기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버리면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버린 것이다.
내가 강아지에게 느꼈던 감정은 단순히 촉감만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엄밀히 따져볼 때 많고 많은 촉감 중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하필 강아지여야 했던 이유가 뭘까.
요즘은 스스로의 상태가 꽤나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자살하는 꿈을 꾸게 된다. 꿈을 꾼 지는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이런 꿈을 꾸게 되면 아직도 내가 닿을 수 없는 깊은 곳엔 죽음이 자리 잡고 있음에 복잡한 심경이 된다. 죽음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고요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눈앞에 보임에도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우리는 어디에서 평안을 얻어야 하는가? 도달할 수 없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언젠가 다시 닿을 수 있길 고대해야 할까.
이지수 작가는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아 왔으며 대학 시절부터 현실과 정반대되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보게 되었다. 머릿속에 모호하게 그려지는 이미지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에 마주하길 바랐던 작가는 2014년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 초반에는 의식하진 않았을지언정 작가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한 작업을 했다.
우울증을 겪지만 누군가에게 쉽사리 드러낼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상 작가는 큰 외로움을 느꼈고 자신과 같이 드러내지 못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과 동반자의 입장에서 함께 살아내는 과정을 드러내어 공감 혹은 위로가 되는 방향으로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색연필이나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편이지만 보다 많은 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닿기 위해 특정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