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예 개인전
CICA Museum, M Gallery
December 6 – 10, 2023
2023.12.06 – 10
잉어 담금주
나는 속아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삶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기술은 속아주는 것이다. 아닐 수도 있다는 확률을 잠시 옆에 놓아두고 “맞다” “그렇구나”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 예로 어린아이가 정체모를 생물체를 강아지라 설명할 때 선생님은 “그래 우리 친구가 강아지를 그렸구나~”라고 속아주는 것이 있다. 이렇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속아주는 것에 대해 배워왔다. 문득 조금 더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머리가 점점 커갔던 나는 선생님의 지혜를 잊은채 아무것도 속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미술은 속아줌의 원리로 돌아간다. 미술가는 자신의 가상세상을 사람들에게 속임수의 기술로 설득시킨다. 그리고 사람들은 관객이라는 이름으로 컨텐츠에 몰입한다. 이것 또한 속아주는 것이다. 속이는 예술가와 속아주는 관객들의 티키타카는 재미라는 요소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재미는 서로의 낯선 세상을 받아들이게 하며, 잠깐의 일탈, 삶의 원동력을 주기도 한다. 미술을 하면서 속아줌을 다시 기억해낸 나는 미술 외에 미신, 신화와 같은 살면서 한번씩 들어보았던 이야기들도 이런 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는 그래서 속이고 속아주는 사람들의 대한 티키타카를 이번 작업을 시작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소재는 산골고개의 산골이라는 광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광석은 등산객들 사이에서 알려져있는 약재이다. 실제 그것이 효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골을 사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그들을 관찰하면서 “무엇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라는 건강식품에 대한 미신에 흥미가 생겼다. 평소 믿음의 흔적을 찾았던 이도예는 등산객들이 들려준 건강 식품에 대한 미신을 작업으로 보여준다. 작업은 북한산 비단잉어 담금주를 메인으로 이야기를 풀며 이야기 속 상황들을 캔버스 화면에 새겨 넣는다. 작가가 들려주는 신비한 이야기와 그림들은 잠깐의 낯선 세상을 보여준다.
이도예는 현대 사회 속 물화된 믿음의 모습을 시각 미술로 표현한다. 작업은 현대사회에서 팽배히 지배하고 있는 물질주의와 능력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한다. 이 문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인격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현대인들은 하나의 상품처럼 대상을 계산적으로 마주하게 되고, 자신 또한 주체가 아닌 객체로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현상을 물화(Reification)라고 부른다. 물화의 시대적 반영과 함께 작가는 믿음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주로 시대적 특징인 물화의 모습과 물화에 영향을 받는 현대인의 믿음을 관찰하고 바라보며 시각적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