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이 개인전
3-A Gallery, CICA Museum
August 31 – September 4, 2022
2022.08.31. – 9.4.
시선 끝에 매달린 사람들
나는 눈이 가는 길을 그린다.
아무 의미 없이, 아무 관계 없이 머무르는 시선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보는 이의 시선을 붙드는 시선을 그려낸다. 과거의 어는 공간, 자주 보던 이, 닮고 싶은 부분들, 바라던 모습들, 잊고 싶은 기억 같은 눈이 가는 모든 것들이 내가 아 니지만, 나의 모습을 비춰 내 눈이 머무르게 한다.
처음 시선은 타인이었고 풍경이었다가 풍경 속 타인을 본다. 타인에게서만 머물고 있던 시선이 이제는 타인이 속한 세상을 보고 다시 타인을 오가며 화면 안에 담아 내고 있다.
주로 검은색의 오일 바, 유화물감을 사용해 트레싱지 위에 칠하고 지워내는 반복 적인 작업을 통해 형(形)을 만들어 나간다. 검정이 주는 다양한 느낌과 색, 반투명한 성질이 주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 덧칠하고 지워내는 작업 과정을 통해 특정한 형태 가 또 다른 형으로 그려져 내가 느끼는 시선으로 새롭게 보여지는 것에 집중한다.
‘시선 끝에 매달린 사람들’이란 타이틀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타인은 나를 찾고자 했던 시작이자 물음이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물음들을 종이 위에 담아낸다. 눈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끝을 쫓아 사라질 때까지. 그 순간 맺지 않아도 되는 관계성이 생겨난다. 거칠게 겹 치고 흐르며 지워지다 다시 쌓이는 과정에서 시선이 머무는 동안의 감정이 요동쳐 모양을 남긴다. 처음 포착되는 찰나의 순간 타인은 확실한 형태를 지니다 점차 일그 러지고 비틀려 끝내 희미해진 잔상은 위태롭지만, 결코 엉키지 않는 시선으로 보여 진다.
선과 면, 검정과 투명함으로 남겨진 타인은 그 자체의 형으로써 존재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이룬다.
화면 안은 나도 모르는 것들로 채워진다. 관계가 그러하듯이 알지 못하게 생겨났 다 사라지는 반복으로 남겨진 형체만이 나라는 사람을 존재하게 한다.
전시장 안의 검은 천과 테이프는 보는 사람의 눈을 그림 밖으로 끌어내 주고 트 레싱지라는 반투명함은 다시 그림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시선이 이동하는 순간마다 끊임없이 연결되어 공간이 존재하게 된다.
당연해서 몰랐던 시선을 따라가면 그 끝엔 관계나 의미가 없음에도 우리가 있는 한 계속 이어나갈 타인이 항상 있다. 우리는 자신보다 남을 더 많이 보고 살아가지 만 사실 너를 통해 나를 볼 수 있듯이 이번 전시를 통해 타인 속에 매달린 자신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