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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a Shin Solo Exhibition

    신진아 개인전

    M Gallery, CICA Museum

    August 31 – September 4, 2022

    2022.08.31. – 9.4.

    Nobody Knows How to Use That Shovel

    섹스돌은 여성의 신체를 본 따 만들어진 인형이다. 인간의 신체는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지만, 그와 달리 섹스돌은 한 가지 목적만을 가진다. 오로지 소유자의 성적 만족을 위해 찾아지는 이 인형은, 때론 사용자의 정서적 안정감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되지만 사실은 그 또한 성적 만족감에서 파생된 감정이다.

    이렇듯 구매자의 즐거움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섹스돌의 신체 전부는 그것에 최적화 되어있다. 그들의 가슴과 엉덩이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있고 허리와 모든 관절은 기능을 못하리만큼 가늘게 그려진다. 이처럼 섹스돌은 다른 맥락은 소거된 채 성적 코드로만 가득 찬 여성의 신체를 흉내 낸다. 결과적으로 섹스돌의 몸은 기형적이다.

    그 모습이 기형적이란 점에서 독일의 극우 정당 AfD와 NPD는 섹스돌과 닮아있다. 앞서 섹스돌이 기형적 이유는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모든 신체가 극단적으로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원리가 이 두 극우 정당 사이에 작동하고 있다. 그들이 제시하는 희망찬 미래는 독일 사회를 너희와 우리로 분열하고 우리 눈에서 너희를 깨끗하게 지우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정체성이 인정받는 이 시대에, 너희와 우리를 구분할 수 있는 뚜렷한 경계선이 무엇인지 정작 그들은 알지도 못하며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무지는 그들의 원동력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타인을 향한 배제와 적대시에 초점 맞춰진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역사를 통해 이미 증명됐듯이, 이러한 배타성은 비단 AFD와 NPD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분하기는 인간의 타고난 본능에 가깝고, 이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도록 우리의 사고회로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극우 정당의 이름이 사라진다 해도, 언젠가 다른 형태의 배제가 등장할 것임을 우리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오늘날은 역사적으로 그 언제보다도 자주, 다양한 형태의 시위가 일어난다. 하루는 독일에서 시위 현장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외국인인 나에게 참여자들의 얼굴은 보통의 사람들 같았고, 손수 제작된 피켓들의 글씨는 읽을 수가 없어 이들이 무엇에 대항해 시위했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시위 현장을 보도하는 뉴스만 봐도 시위의 형태는 진영과 정치색에 상관없이 공통적인 형상이 있다. 분노와 결의에 찬 얼굴들. 이처럼 ’불의에 저항하는’ 의식 있는 행동력과 대의성은 너나 할 것 없이 시위에 참여하는 모두가 공유하는 의식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저항과 혁명의 아이콘,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착용한다.

    내가 이번 영상, 사진 작업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이러하다, 과연 우리는 이 기형적인 형태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모두가 혁명의 가면을 쓴 지금, 세상에 자신의 신체를 들어내 보이는 이 섹스돌을 땅에 파묻고 평안한 안식을 빌어준다 한들 과연 바뀌는 게 있을까? 그래서 나는 섹스돌 앞에서 다만 기다려보고 싶었다. 최선이 무엇일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이 작업은 정치적 갈등과 혹은 부조리한 상황을 풍자해왔던 그간의 나의 작업과 연결된다. 풍자와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도 우리는 여전히 주어진 상황에 대한 뚜렷한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영상,사진 속 섹스돌을 바라보는 무리처럼, 당면한 과제를 외면치 말고 분명히 바라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