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Jieun Kim Solo Exhibition

    김지은 개인전

    3-A Gallery, CICA Museum

    February 8-12, 2023

    2023.02.08-12

    Variations

    나에게 작업을 하는 과정은 즉흥적으로 다가오는 색이나 형테,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모아 화면 위에서 조화롭게 만드는 것,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어떠한 ‘상’을 이끌어내는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다. 빈 캔버스 앞에 앉아 천 위의 미세한 얼룩, 옆에 놓여있는 사물, 혹은 그것들이 놓여있는 공간이나 상황에 몰두하다 보면 모티브를 찾게된다.

    하나의 작업을 마무리 할 때 까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1년 정도가 소요된다. 대부분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보다 오래 그림을 들여다보며 캔버스 위에 우연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끌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데에 더 시간을 쏟는다.

    7살 때 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공부해왔다. 대학 졸업 후 클래식의 본 고장인 독일로 바이올린의 석사과정을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그렇게 떠나온 독일의 칼스루에, 아주 작았던 도시 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아트 페스티벌과 전시들의 규모에 크게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항상 배우길 원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시작하지 못했던 시각예술 분야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그 때 다시금 크게 들었다. 조금 늦었지만 이 곳에서 꼭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전공을 바꾸어 순수예술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바이올린과 함께 자라는 동안 꾸준히 듣고 경험해온 클래식 음악은 나조차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나의 많은 부분들을 형성했다. 연주자에게 음악은 연주하는 순간에 마치 스포츠 경기를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연주자와 청중에게 전해지는 공기 중의 진동과 울림은 매우 역동적이고 직관적이며 동시에 육체적이다. 음악은 악보라는 이미 계획되어 있는 추상의 존재를 연주라는 육체적 행위를 통해 표현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연주는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다. 계획 되어 있는 끝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찰나의 움직임과 소리의 모음은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 그에 비해 회화가 제시되는 방식은 공간 안에서 정적으로 자리한다. 붓의 터치 하나, 그은 선, 하나 하나가 표면에 기록되고 쌓인다는 면에서 작가의 움직임을 추측만 할 수 있는 과정들이 쌓인 ‘결과’이고, 과정을 만들어 낸 주체, 주체의 행위는 직접적으로 보여지지 않으며 그 행위의 결과는 시간적으로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나 스스로 음악적 배경과 작업 사이의 연관성을 인지하지 못하던 시기부터 내 회화 속 요소들과 음악이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자주 질문 받곤 했다. 그 이후로 내 음악적 배경이 실제로 내 작업 속에 자주 드러나는 곡선과 선의 방향성, 색 들의 조합에서 나타나는 긴장감, 움직임, 조합의 형태 등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게 아닐지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음악과 회화를 경험해 본 사람으로써, 두 분야간의 차이를 파고드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은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오가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음색과 음정, 사운드적 요소들이 조화롭고 예민하게 모여 순간의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내가 회화적 작업을 이끌어 갈 때도 그 조합들을 쌓아가고 만들어가는 방식은 비슷하게 드러난다. 음악의 음 하나하나를 쌓아가듯 캔버스 위에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어떠한 요소를 캐치하려 노력하고 그 요소들이 균형있게 잘 맞아 들어갈지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한다. 캔버스 위의 요소들 사이의 긴장감과 방향성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그렇지만 또 지루하지 않은 전체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부분들이 내가 가진 음악적 배경에서 나온, 음악이 순간 속에서 연주되는 방식, 또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긴장 속에서 조화롭게 음을 쌓아가는 방식과 유사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음악적, 환경적 배경이 내 회화 작업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스스로 꾸준히 질문하며 들여다보는 과정에 있다. 최근에는 사운드가 시각적으로 인지되는 이미지 혹은 공간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갖고 있으며 사운드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작업의 영역과 회화 사이의 연결점도 찾고 있다.

    전시 제목인 “Variations”는 음악 용어인 변주곡 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변주란 변주를 악곡 구성의 기본원리로 하여 조직적으로 활용한 곡. 주제·동기·음형(音型)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형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매번 새롭게 캔버스에 담아내고자 하는 우연적인 색과 형태의 조합은 과거를 통해 얻어진 감각 경험들과 일상을 통해 시각적으로 소비한 시각적 요소들 (특정한 색, 형태, 비율, 선) 등 여러 모티브들이 섞여 나타나는 새로운 변형, 변주의 결과물이 아닐까. 이번 전시 “Variations”에서는 그렇게 꺼내어진 다양한 색채와 형태의 시각적 변주를 보여준다.

    김지은은 한국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회화를 공부하였다. 회화를 매개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 사이를 오가며 색과 형태들의 조합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스케치 없이 하나의 우연적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며, 그로부터 점진적으로 파생되는 색과 형태들을 조합해 캔버스 전체로부터 시각적으로 균형있고 조화로운 하나의 상을 이끌어 내는 것에 집중한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Ansbach Comtemporary》(2020, Ansbach Biennale), 《Salondergegenwart》(2021, Salon der Gegenwart) 《Hi!A Festival for Arts and Research in Bavaria》(2021, Auf AEG Halle 14) 등이 있으며, 2021 Young Art and New Way, 바이에른 주립 장학금, 2022 New Start Culture 독일 국립예술대학 졸업생 대상 킥스타터 장학금 및 2022 LfA 후원은행 및 바이에른 주최 데뷔 전시 지원 장학금 대상자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