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림 개인전
CICA Museum, M Gallery
November 29, 2023 – December 3, 2023
2023.11.29 – 12.03
생의 잠식 <生의 蠶食>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어 꾸며진 수조(水槽)는 비가시적인 우리의 삶의 형상과 많이 닮아있다. 단단한 프레임 안에 올망졸망 꾸며진 수초와 인공 흙, 자갈과 다양한 조형물을 진열하여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런 인공 장치들로 채워진 수족관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인공적인 도시의 삶이 크게 다를 수 있을까, 삶이라는 막연한 상황에 내놓여진 우리의 환경을 이 형상에서 발견함과 동시에 묵묵히 같은 환경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지금의 우리와 닮아보인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다양한 수족관의 형상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회화적 표현으로 한 각각의 인생들이다. 깨끗하든 그렇지 않든, 화려하든 소박하든, 다채로움을 가지고 있는 수족관의 모습을 삶의 형상으로 비유하게 되면서 비가시적이고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려운 유한한 삶의 단면이 표현되었을 때, 각자에게 주어진 일상의 단조로움들로 감춰진 삶을 마주하고자 권한다.
수족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영화와 온라인에서 수집된 인물들의 형상은 그 모습 자체로 기호적 이미지로 암시하고 있다.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인 ‘삶’은 앞서 말한 것처럼 각자 개인의 경험과 다양한 관계,감각적 기반이 되며 종합적인 매개체가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영화나 온라인상의 인물이나 상황에 자신만의 삶 모양새를 투영하여 해석할 수 있는 주체인 관람자가 작품속에서 유영하며 삶의 서사를 완성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진다.
다채로운 작품 속의 회화적 색감 표현들은 수족관의 인공조명을 흉내내어 일렁거리는 찰나의 순간을 감각한다. 진하고 화려면서 강렬한 이 인위적인 것들의 조합은 마치 한 극의 연극무대를 보는 것처럼 찬란하게 작품 화면 속을 덮어버린다.
결국에 작품을 마주하는 다양한 이들은 결국 각각의 삶이라고 불리는 소우주를 안고 있는 존재들이다. 작품 화면에 무대와 같은 이 수족관의 형상들에 각자의 삶이 스며들어 서사를 풀어나가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