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플 개인전
M Gallery, CICA Museum
November 27 – December 1, 2024
2024.11.27 – 12.1
여전히, 초록
I have constantly questioned what kind of world I live in, what kind of being I am within this world, and how I should relate to other beings. These reflections have naturally embedded their way into my work. My narratives have evolved from discussing animals that need to be nurtured by humans to survive—wild animals, livestock, forest creatures—to the stories of something that exists around me.
Walking my dog was a pivotal moment that sparked my interest in the small things around me. As I followed my dog, who moves according to its sense of smell, my gaze naturally lowered, and I began noticing things I had never seen before—grass seeds, wildflowers, ants resting within them, and small birds, too tiny that I didn’t even know they existed there. As my attention shifted from large, intuitively visible objects to these smaller beings, I began to seek them out and observe them closely.
Through this newfound hobby of “finding small beings,” I became cognizant of the life and changes of grass. Though it may seem fragile unlike flowers that bloom and wither with the seasons, grass remains steadfast in its place, enduring rain or snow, living out each day diligently. Over time, it accumulates its efforts to sprout small seeds and flowers. Simultaneously, grass shelters and nurtures smaller life forms and absorbs nutrients for the benefit of larger trees. The spaces they create by leaning on one another become a small cosmos—a sanctuary for drifting flower seeds and a haven for tiny creatures.
I take photos of this immense cosmos that I encounter during walks, store them, and then break them down for close observation before painting them. Through this process, my canvas naturally develops a sense of both disconnection and connection. Focusing on the breaks and links within space and lines, I rely less on the photos and more on my familiarity with the natural scenes. I use brushes of varying thicknesses and pressures, along with oil pastels, to create connecting points as my hand sees fit.
This microcosm characterized by an understated, green neutrality and positioned at a lowly place may seem less significant or appear trivial. However, their sincere attitude toward life and inherent value in harmonizing with other living beings are far from small. Just as there are unnoticed blades of grass around us, there are beings around us—whether human or non-human—who are marginalized due to a lack of attention. They might be taken for granted because they are always nearby, common, or don’t appear outwardly significant. It is only through a loving and attentive gaze that we can truly appreciate the worth and the unique value each one holds.
나는 줄곧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내가 이 세계에서 어떤 존재인지, 다른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지와 같은 질문들을 나 자신에게 던져왔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고민이 내 작업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인간에게 길들여져야 살아 갈 수 있는 야생동물, 가축부터, 숲 동물, 그리고 나의 주변에 존재하는 무언 가에 대한 이야기로 작업의 이야기가 흘러갔다.
반려견과의 산책이 주변에 존재하는 작은 무언 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후각에 따라 움직이는 반려견을 따라 시선이 낮은 곳에 머무르다 보니, 너무 작아서 그 곳에 있는지도 몰랐던 잔디 씨앗, 들꽃 그 속에 쉬고 있는 개미떼, 작은 새 등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큰 대상에 머물러 있던 관심이 작은 존재들로 옮겨가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습을 찾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렇게 소소한 취미가 되어버린 ‘작은 존재 찾기’를 통해 풀의 삶과 변화를 알게 되었다. 풀은 연약해 보이지만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과 달리 항상 그 자리를 지키며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고 꾸준히 쌓아온 시간의 노력으로 작은 씨앗과 풀꽃을 피워낸다. 그와 동시에 자기보다 작은 생명을 숨겨주고 보살펴 주기도 하며 자기보다 더 큰 나무를 위해 영양분을 머금기도 한다. 서로 몸을 기대어 만든 자리는 날라가는 꽃씨의 안식처가 되고 작은 생명의 쉼터가 되는 작은 소우주로 탄생한다.
난 산책을 하며 마주하는 이 거대한 소우주를 가까이에서 사진 찍고 저장하여 분할 관찰하여 그려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끊어지는 듯 연결되는 듯한 화면이 생겨난다. 공간과 선의 끊어짐과 연결에 집중하며, 사진에 의존하기보다는 내 눈에 익숙한 자연의 모습을 상상하며 굵기와 힘이 다른 붓 터치와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여 손이 가는 대로 연결 지점을 만든다.
이 소우주는 화려하지 않은 초록의 중성색을 띄고 낮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덜 중요하게 느껴지거나 사소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삶을 대하는 그들의 성실한 태도와 타 생명을 어우르는 그 존재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우리 주변에도 풀과 같이 관심이 닿지 않아 소외된 존재들이 있다. 늘 곁에 있어서, 흔해서, 또는 외적으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인간 또는 비인간 존재들이 있다. 그들의 존재 가치와 각자의 소중함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다.
EEpeul is an artist who focuses on the unnoticed yet ever-present gatherings of grass around us. In his paintings, these clusters of grass represent life forms that are always there but often overlooked. By closely observing and reconstructing these scenes on canvas, the artist invites us to reflect on the significance of beings we consider trivial and our relationship with them.
이플은 주변에 존재하지만 평소 잘 인식되지 못하는 존재인 풀 군집에 관심을 가지고 회화작업을 한다. 그의 작업에서 풀 군집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생명을 대변하며, 작가는 이들을 분할 관찰하여 캔버스 위에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 인식 속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갖는 의미와 우리와 이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