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연 개인전
CICA Museum, Flexspace Section A
May 15 – 29, 2024
2024 05.15 – 29
On sail
나는 어려서부터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대방동에서 수원으로, 수원에서 다시 서초구로. 그리고 고등학생되기도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유학의 길에 올랐다. 또다시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대학교에 입학하고, 한국으로 귀국하여 해군에 입대도 하였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해군에서의 기억이 가장 생생하고 다시 돌아가고픈 느낌도 든다.
해군에 입대한 동기는 내가 군함을 동경하고 무엇보다 바다를 매일 볼 수 있다는 생각이어서였다.
훈련소를 마치고 군함으로 막 배치받았을 때는 일 배우기도 바빠, 청소하기도 바빠, 내 동기들이랑 놀기도 바빠서 바다를 볼 겨를이 없었지만, 7월 중순, 큰 태풍이 진해에 상륙하기 전에 우리 배는 그 태풍에 덮쳐지는 걸 피하기 위해 동해로 태풍 피항에 나섰다. 2박 3일 동안 동해의 검은 심연을 보며 지내며 그 때 다시 내가 왜 해군에 오고 싶어 했는지 생각했다. 깊은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동해는 꽤 평화로운 바다였다.
파도도 꽤나 잔잔해 보였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우리 배는 거대한 빌딩같았지만 망망대해 한복판에 있는 걸 보니 그냥 조그만 보트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대한 물체도 개미처럼 작은 사물로 생각하게 만들어버리고 쉴 새 없이 파도치는 바다는 정말이지 매력적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 깊고 에너지 넘쳤던 동해의 바다를 보며 제대하고 꼭 그런 바다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짐을 하였지만 그걸 실천하기 위해선 몇 년이 흘렀다. 그 때는 막연히 바다를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현재는 시간이 흘러서 여운을 느껴서인지 그 위에서 생활했던 내 기억을 다양한 기술로 생동감있게 구현해 보고 싶다. 무엇보다 유튜브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새로운 테크닉을 배우기도 그 전보다 훨씬 쉬워졌으니 말이다. 첫 번째 타자로는 군함의 함교에서 견시당직을 섰던 내 자신의 모습으로 내가 만들어낸 바다위에 서서 그 바다를 내려다 보는 작품을 만든다. 스케치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는 과연 내가 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가도 두 습작을 만들고내니 꽤 자신감이 붙었다. 무언가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니 재미도 들렸으니 말이다. 현재는 해군 수병으로 당직을 서고 있는 모습을 만들고 있지만
나중에는 내 기억을 바탕으로, 또는 내가 만들어낸 세계를 생동감있게 담아내서 관중들에게 체험하게 해주고 싶다. 꼭 내 기억이 나만의 것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