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지영 개인전
M Gallery, CICA Museum
December 18 – 22, 2024
2024.12.18 – 12.22
Multiple organ failure
일상에서 매료되는 소소한 대상을 우리의 삶에 빗대어 작업을 한다. 나에게 일상은 의대생과 의사로서 살아온 20여년 가량의 시간에서 시작되곤 한다. 수만 건을 판독했던 흉부 CT에서도, 신체음향(심잡음, 폐청진음 등)과 꼬여져 있는 청진기에서도, 버려졌지만 누군가의 아픔의 기록인 폐기 X-ray film에서도 만 가지 아름다움과 삶의 이야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교재, X-ray film, 청진기, 뼈모형, body sound 등… 이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지만 보통은 낯설게 느껴지는 선택된 오브제일 것이다. 인체는 모든 사람에게 제일 가깝지만 어쩌면 너무나도 낯선 소재다. 긴밀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인체와 인체의 생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들과 많이도 닮아 있다.
Multiple organ failure. 다발성 장기부전. 주요 장기의 기능부전 발생에 이어 다른 장기 기능저하 또는 상실되는 상태. 신체 장기는 각기 필요로 하는 상황이 다르지만 서로 적절한 상황에 놓여야 균형을 이루며 기능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떠오르게 한다. 장기부전 진행 전에 장기이식을 고려하게 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수많은 윤리적 조건과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사항을 역설적으로(작고 예쁜 액세서리 같은 장기 모형을 싸구려 비닐 봉지에 담아 손쉽게 소비될 수 있는 모습에 빗대어) 풀어놓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투사, 반동 등 무의식의 방어기제가 확장되어 주변의 작은 대상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여러가지 방어기제들이 오고 가며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우리들의 삶을, 선택된 오브제이 빗대어 다양한 공감과 위안을 얻는 것이 내가 작업을 하는 커다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