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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wook Kim Solo Exhibition

    김진욱 개인전
    CICA Museum, M Gallery
    October 11 – 15, 2023
    2023.10.11 – 15

    착시의 환영

    현재의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닥친 사회적 현상 혹은 범 지구적인 현상들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짙어 보인다. 점점 심해지는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성적 갈등이나 종교적 갈등, 무엇보다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와 바이러스에의한 공격까지 어려운 문제들을 대면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노력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개선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요셉 보이스는 “예술이 곧 치료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예술가들에게 외면하지 말고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라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불안한 시선속에서 추상적이고 거창한 담론이 피부에 와 닿지 않더라도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은 짠 내 섞인 바닷바람처럼 유약한 것들을 부식시키고 있다. 다시 회복되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풍경들 속에서 저항하고 버티고 있는 목소리들의 공허함을 재해석하여 하나의 공간안에 수집하려 한다.

    나의 작업은 불규칙적인 멈춤과 움직임을 반복하며 표류하는 시간의 물리적 변화속에서 축적된 주관적 의식의 흐름을 상징적 이미지들로 재 구성한 추상적 사유의 공간이다. 화면안의 응축된 에너지 혹은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탈출구처럼 보이는 원을 중심으로 매일같이 해체되어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불완전한 세계를 지탱할 골격을 만든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얼기설기 엮여 있는 이미지들은 공허함 속의 허상이며 극한의 사막에서 대면할 수 있는 신기루처럼 절실함이 만들어낸 착시의 환영이나 분절된 기억처럼 부유한다. 나는 이러한 부유물들의 재조립을 통해 얽혀 있는 공간과 시간의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오랜 기간 독일과 영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재료나 표현방법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동 서양의 다른 점을 한 화면안에서 구현하고자 하였다. 주로 선적인 표현에 집중하면서 회화적인 가치의 보존과 현대적인 다양한 해석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가능성을 찾아보고 그 지점에 집중하여 간격을 벌리고 틈을 만들고자 하였다. 대부분의 평면회화 작업들이 오랜 역사와 광범위한 실험들로 무한 반복되는 성향이 있음은 분명하나 예술가의 삶은 그러한 반복들 속에서 미세한 차이를 인식하고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시대적 배경의 커다란 움직임 속에 뒤엉켜 있는 한 명의 작가로서 나 자신과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유의미한 때론 무의미한 삶의 가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대한 구별이 모호한 현대미술의 영역안에서 전통적인 가치란 진부하고 낡은 옛것으로 치부되기 쉬우나 분명 그 안에는 사회가 변해도 변치 않는 본질이 존재한다. 그러한 믿음은 개인적인 삶과 연동되어 무엇인가 새로운 싹을 틔우는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급격한 시대적 변화는 현실과의 마찰로 많은 어려움을 만들고 있으며 그 불안하고 유약한 지점에서 위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예술일 것이다. 나는 작업을 통해 진단하고 더 나아가 간접적인 치유의 공간을 제공하고 소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