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연 개인전
CICA Museum, M Gallery
February 14 – 18, 2024
2024.02.14 – 18
Underwater vision 수중 시야
나는 스쿠버다이버다. 물 속 시야는 물 밖과 비교했을 때 좋지 않다. 시간, 날씨, 조류 등 다양한 요인과 물 자체의 굴절률로 인하여 수중풍경은 희미하고, 흐릿하고, 어렴풋하다. 특히나 시야가 좋지 않은 날의 스쿠버다이빙은 신기루처럼 혼란스럽다. 거대한 기둥처럼 보이는 해초, 사람 같은 형태의 바위, 눈앞에 갑자기 등장하는 절벽 등 형태를 확신할 수 없는 풍경 안에서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결국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내뱉고 들이쉬는 숨, 내 몸, 그리고 맨살에 스치는 물결의 느낌뿐이다.
나는 이와 같은 물속에서의 감각과 경험을 작업에 빌려온다. 삶은 자신이 예측한 대로 이뤄지지않는다. 나의 의도나 바람과는 별개로 무정하게 흘러가는 거대한 세상의 흐름 안에서 나는 스스로를 작고 무기력한 존재로 느낀다. 그러나 가끔은 바로 그 대비됨이 나를 뚜렷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물속에서의 호흡 한 번에 온 신경이 집중되는 것 처럼, 시야가 흐릿하면 흐릿할수록 눈앞의 내 손은 점점 뚜렷하게 보이는 것 처럼, 오히려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이번 개인전 <수중 시야>에서는 이와 같은 물속에서의 감각과 경험을 삶의 일면과 연결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한 회화 작품들을 전시하고, 그 순간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