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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사람들: 디즈니 아티스트 미스티와 마이라 [KOR]

    오늘은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에디터 마이라씨와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미스티씨를 모시고 미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한국의 애니메이터 세현씨도 대화에 참여하여 주셨습니다.

    C.A.N. (C):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Misty (M): 제 이름은 미스티입니다. 칼아츠 (CalArts)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2010년에 졸업했어요. 졸업 후에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반년간 디즈니 컨슈머 프로덕츠 (Disney Consumer Products)에서 캐릭터 아티스트로 인턴을 했죠. 수습기간 후에는 디즈니 피쳐 애니메이션 (Disney Feature Animation) 디즈니 채널의 차기작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Sofia the First)” 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Myra (My): 제 이름은 마이라에요. 저는 애니메이션 픽쳐 에디터이고 현재 디즈니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Disney Television Animation Studios)에서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의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일을 하고 있어요. 산호세 주립대학과 칼아츠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1997년 졸업했어요. 졸업하던 해부터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 관련 일을 처음으로 맡게 되었고 그이후로 쭉 애니메이션 산업에 몸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워너 브라더스, 카툰 네트워크, 폭스 등의 회사의 편집부서에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의 프리프로덕션 및 포스트프로덕션 작업을 해왔어요.

    C: 다른 회사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디즈니의 회사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My: 디즈니는 아티스트들간에 가족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죠. 모두가 함께 일해요. 저는 제 직장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고 있고 사적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사실상 디즈니뿐만 아니라 모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친근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TV 애니메이션에서 일했던 것이 저에게는 대체적으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C: 직장동료들과 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시나요?

    My: 네. 이상적으로는 한 곳에서 일하는 것이 좋죠.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많은 열정과 동지애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TV 애니메이션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죠.

    C: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부서에서 일하신다고 하셨는데 몇 명이 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있나요?

    세현 (S): 몇 명인지 알기는 사실상 힘들어요. 왜냐하면 스토리보드가 미국에서 만들어진 후 많은 부분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서 제작되거든요.

    왼쪽부터 – 디즈니 아티스트 Misty와 Myra, CICA 아트 디렉터 김리진, 프리랜스 애니메이터 김세현.

    M: 맞아요.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애니메이션의 많은 부분은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리깅 (rigging)과 모델링, 배경 작업등이 모두 한국에서 제작되고 있고요, 미국에서 우리는 스토리보드, 디자인 작업을 한 후 외국으로 보내죠.

    C: 스토리보드팀은 몇 명이죠?

    M: 12-14명 정도의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디렉터의 지시에 따라 드로잉을 수정하는 세 명의 리비져니스트, 프리프로덕션 에디터 두 명, 디렉터 두 명이 있어요. 꽤 큰 팀이죠.

    My: 그리고 백그라운더, 캐릭터 디자이너, 프랍 디자이너, 칼라 스타일리스트 등의 아티스트들도 있어요. 그들 모두가 협력해서 일하는 거죠.

    C: 캐릭터 디자인이나 스토리를 만들 때 보통 한 아티스트가 스토리를 짜나요, 아니면 이것 역시 협업인가요?

    My: 작가팀과 아티스트팀이 협업해서 만들어요. 또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 목표를 정하고 아이디어를 짜는 경영진들이 많이 있어요.

    M: 경영진들이 스토리에 대해 코멘트를 하면 디렉터가 내용을 수정하기도 해요. 경영진들이 맘에 안 들어 하면 우리는 고치는 수밖에 없죠.

    My: 우리 프로는 작가가 쓴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아티스트가 작업을 하는데, 다른 프로에서는 작가와 아티스트가 스토리나 대사를 함께 짜는 경우도 있어요.

    C: 캐릭터 디자인은 어떤가요?

    M: 우리 프로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는 한명밖에 없어요.

    C: 기업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정말 복잡한 과정 같군요.

    My: 네, 하나의 ‘제품’을 위해서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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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의 메인 타깃은 누구죠?

    M: 유치원아이들이죠. 주로 어린 여자아이들과 엄마들이 타깃이에요. 물론 우리 프로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들도 있어요. ㅎㅎ

    C: 그러면 목표 관객을 설정한 후에 관객들의 취향 조사도 하겠군요?

    M, My: 그렇죠. 당연히요.

    My: 디즈니는 시장조사를 열심히 해요. 아티스트인 우리가 하는 일은 아니지만요.

    C: 소비자 중심적인 디자인 프로세스같이 느껴지는군요.

    My: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어떤 프로그램은 상품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기도 하고, 프로그램의 인기에 부흥해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디즈니에서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이죠.

    C: 그렇군요. 미스티씨와 마이라씨가 혼자나 소수인원으로 작업했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작업과정이 어떻게 다른가요?

    M: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팀의 경우,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달라요. 물론 자신의 스타일을 약간은 반영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면 다른 팀원들과 디렉터의 의견을 조율해나가야 하죠.

    C: 마이라씨의 경우는 어떤가요?

    M: 팀의 일원으로서 내 역할은, 다른 팀원들과 협력해서 보스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물론 내 고유의 스타일도 약간은 반영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작업을 하면서 창작의 자유나 많은 선택권이 있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은 함께 일하고 있는 프로듀서나 디렉터에게 있어요.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일은 운전수랑 비슷해요. 누군가가 어딜 갈지를 말해주면 우리는 어떠한 길로 그 곳에 갈 지 정해서 가는 것이니까요. 결국은 디렉터가 원하는 곳으로 도달해야 하는 거고요.

    C: 흠.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각자의 개성을 숨겨야하기 때문에 때로는 힘드실 때도 있겠네요.

    S: 그렇죠. 디즈니는 큰 회사니까요. 디즈니에 입사하려면 디즈니 스타일이 되어야 하죠.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은 좀 곤란해요.

    M: 맞아요. 나는 어려서부터 디즈니 캐릭터를 그리면서 놀았기 때문에 원래부터 그림체가 디즈니 스타일이었어요. 우리 프로그램의 경우 디즈니 전통적인 스타일을 추구해요.

    My: 소피아의 경우 디즈니 정통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반면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을 실험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Fish Hook나 Mickey Shorts와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독특한 그림체를 가지고 있죠.

    C: 디즈니의 소비자 조사나 체계적인 생산 방식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이 외에 디즈니의 성공에서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M: 내 생각에 중요한건 관객의 정서와 감정을 파악하는 거예요. 우리 프로그램의 경우, 아이들이 자신들의 실제 삶과 관련성을 찾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애니메이션을 시청했을 때, ‘이건 내 얘기잖아. 나도 겪어봤던 일이야’라고 느끼게 하는 거죠. 그래서 진짜의 솔직한 감정을 담아내려고 노력해요.

    My: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는 유치원생 아이들이 전부 이해하기는 힘든 약간 더 깊은 감정까지 다루고 있어요. 아이들은 전부는 이해 못하겠지만 어렴풋이 무언가를 느낄 거예요.

    M: 다른 회사와 비교해보면, 디즈니는 관객의 감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는 디즈니가 수준 있는 내용의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명성에 부합하기 위함이기도 한데요. 내용상으로 무언가 문제가 되면, 학부모들이 항의할 테고 문제가 아주 복잡해질 테니까요. 그래서 디즈니는 관객에게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고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려는 경향이 있죠.

    C: 디즈니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죠?

    My: 국제 마케팅 팀 때문이죠. 프로그램은 다국어로 녹음되고요. 디즈니에서 어린이를 위한 라이브 액션 쇼도 제작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라별로 정서에 맞는 캐릭터를 따로 만들기도 해요.

    C: 아, 그런가요?

    My: 네. 캐릭터의 여러 버전으로 만드는 거죠. 영문으로 된 어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같은 대본으로 프로그램이 방영될 나라의 배우를 다시 캐스팅해서 그 나라의 문화에 맞게 재촬영하죠. 이런 식으로 다른 문화권에 있는 어린이들도 디즈니에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C: 한국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계신 세현씨에게 질문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작아서 애니메이터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S: 작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상 꽤 크죠. 하지만 한국에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개발한다고 해도 유치원생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개발될 뿐이고요. 한국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이 보통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C: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어떤 시장과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나요?

    S: 흠, 내 생각엔 둘 다 섞여 있어요. 아니 둘 중 어디와도 비슷하지 않아요… 한국의 많은 업체들이 미국 일본 두 나라에 납품하는 실정이니까요.

    C: 그렇군요. 듣기로는 뉴미디어나 게임 산업이 부흥하면서 애니메이션 산업은 하향세라고 하던데요. 특히 한국같이 시장이 작은 경우,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면 기존의 산업들은 쇠퇴하는 경우가 많고요. 미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어떤가요?

    M: 미국도 애니메이션 관련 일자리들이 국외로 이동하는 추세예요. 얼마 전에 드림웍스가 중국에서 큰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쿵푸 팬더 3편 같은 대규모 장편 영화들을 중국에서 제작하기로 한 것이죠. 인도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만약 이런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면 미국의 애니메이션 관련 일자리들이 아무래도 줄어들겠죠. 외국에서 제작하는 게 훨씬 저렴하니까 말이죠. 슬프지만 현실이 그래요.

    My: 디즈니사의 경우, 영화가 성공 여부가 TV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연계 산업들에도 영향을 끼쳐요.

    M: 겨울 왕국의 경우가 그래요. 업계 사람들은 공주 영화가 요즘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겨울 왕국이 대성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공주 영화가 영향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My: 그래서 어떤 영화가 잘 안되면, 관련된 프로젝트들은 취소되거나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걸로 계획이 변경되죠. 비즈니스이니까요. 회사가 아티스트들을 스폰하기 때문에 결과물은 회사가 원하는 스타일과 수준으로 나오길 원합니다. 제품들을 곧 회사를 대표하게 되고요. 이런 회사들은 큰 회사들이기 때문에 아티스트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위해서 때로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것을 만드는 수밖에 없어요.

    C: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큰 관객을 상대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겠군요.

    My: 애니메이션을 제품으로 볼 수도 있고 아트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M: 디즈니에서 제 멘토인 John Ripa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데 – 우선적으로 좋은 스토리가 완성되면 다른 것들은 자동으로 따라온다고요. 제품 중심적인 접근이 아닌 스토리 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C: 아티스트에 대한 개념은 분야마다 많이 다른데요. 마이라씨와 미스티씨가 정의하는 아티스트란 무엇이죠?

    M: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는 것, 자신에게 솔직해 지는 것, 자신의 있는 그대로가 되는 것이죠.

    My: 아티스트는 언어, 촉각, 시각 등의 여러 가지 형태의 미디어를 이용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C: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티스트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M: 계속 발전하고, 멈추지 않는 것이에요. 계속 영감을 받고 미술적으로 계속 발전해나가는 것이죠. 제 여정에 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My: 제 목표는 간단해요. 그림, 조각, 사진, 에디팅, 심지어 패션을 통한 예술적인 자기표현을 통해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죠. 픽쳐 에디터로 일하면서 저는 스토리의 감정이나 행동들을 타이밍과 그림, 오디오의 배치를 통해서 표현해요. 일상생활에서는 내주변의 모든 것들에서 지속적으로 아트를 발견하고, 향유하며, 영감을 받고, 창의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C: C.A.N. 매거진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약력
    Myra Owyang

    마이라는 South California에 살고 있다. 애니메이션 에디터로서 17년간 애니메이션계에서 일해 왔다. 업무 외 시간에는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고, 포토 다이어리를 업데이트하며, 레고를 수집하고 있다.

     

     

     

     

     

     

    Misty Marsden
    “어렸을 적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본 이후부터 디즈니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며 그림을 그려왔죠 애니메이션 학교들에 대해 조사하며 CalArts를 알게 되었고, 2006년 가을에 애니메이션 학부에 입학하게 되었죠. 그 곳에 있으면서 저의 최종 목표이었던 Disney Feature의 Visual Development/painting 부서 입사를 목표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습니다. Talent Development 프로그램에 합격한 후, 6개월간의 치열한 수습기간을 통해 John Ripa의 멘토 하에 스토리보드에 관해서 처음부터 다시 배웠어요. 그 후 Disney Television Animation 부서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Sofia the First) 팀에서 정식직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이 실현되었죠.”

     

     

    김세현

    세현은 CalArts에서 2010년 졸업한 후,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분야에서 일해왔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