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특히 남부를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말 그대로 풍경 속을 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가도가도 그 끝이 없다. 산은 푸르고 나무는 끝이 안 보이도록 이어졌다. 남쪽으로 향할 수록 겨울이지만 푸른 숲들이 울창하다. 나무들과 또 그 사이사이 넓은 대지는 남쪽을 가득 메우고 사람들을 북쪽으로 밀어낸 것 같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숲길, 그렇지만 지치지 않는다. 그것이 푸름의 힘인지 나무의 힘인지 자연의 힘인지 여행의 힘인지 알 수 없다.
점심을 먹고 출발한 길속의, 아니 숲속의 운전은 밤 10시가 되어도 우리를 도시로 안내하지 못 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첫 숙소를 찾았다. 누군가는 한밤에 유일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길가의 광고판 속에서 숙소의 이름과 가격을 살피고 누군가는 차안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고 있는 스마트폰 속의 앱을 이용해 근처 숙소의 내부까지 살핀다. 각자 자신의 방식에 대한 확신에 차 있다. 결국에는 직접 숙소를 눈으로 확인하고 안심을 하든 실망을 하든 결론을 짓는다.
이튿날은 전날 쉬지 않고 달려온 덕에 아침을 먹고 바로 사바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용한 남부 영화의 세트장. 누구나 낯선 미국의 도시에 가면 어렷을 적 영화 속 장면을 한 번쯤 떠올려 보았을 것이다. 이곳도 내겐 낯설었다. 남부 도시는 처음이니까 간접적으로 경험한 영화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이제 이시간 이후로 이 지역 도시들은 이곳의 이미지로 각인될 것이다. 영화가 떠오르는 것 보다는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 고풍스런 여관 건물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겉모습과는 달리 실내의 분위기는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여느 식당이었고 음식 또한 그랬다. 사바나의 대표적 공공기관 중 하나인 SCAD 디자인 대학(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에 들렀다. 옛 건물과 현대식 건물을 교묘하게 연결하여 확장한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교육은 이런 것인가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곳은 조지아에 있던 친구들이 다녀간 곳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출발 전에 그들의 경험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이곳 거리를 거닐다가 문득 문득 그들이 걸어갔을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누구와 어떤 경험을 이곳에서 쌓았고 그리고 어떤 인상을 갖고 이곳을 떠났을까. 나의 기억을 정리하며 이 도시를 뒤로 했다.
문화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학구파 컴퓨터 공학도.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네이버에서 근무하다가 현재는 메릴랜드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브랜드를 좋아하며 요리와 스포츠, 빈티지 아이템 수집 및 문화 탐방이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