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Bomin Park Solo Exhibition

    February 12 – 16, 2020
    2020년 2월 12– 16일
    M Gallery, CICA Museum

    Two hands

    현실을 살아가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자아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거나 억압한다. 개개인은 타인과 외부세상을 마주하면서 자신의 모습의 일부는 포장하여 드러내며, 또 다른 모습은 감추거나 때로는 잊기도 한다. 나의 작업은 현대인들이 각기 처한 환경 속에서 그들의 내면이 어떠한 방식으로 보여지고 숨겨지는 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였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 형상들은 어떠한 상황 속에 놓여져 불안정해 보인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불안과 괴리감을 느끼며, 때로는 그들이 가진 결핍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비상구 또는 도피처를 탐색한다. 살아가면서 그들의 자아와 충돌하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들의 깊은 내면에 억눌려있던 감성이 빛나는 계기가 된다고 보았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빛, 문, 창, 거울, 그림자 등은 인물이 다시 한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연결매체가 된다.
    나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보여지는 세상의 단면들에 네러티브를 담아 화면을 구성한다. 인물형상이 화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작품에서 사물이나 풍경을 통한 ‘암시’와 ‘은유’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그 회화적인 언어를 통해 관람자에게 이질감 혹은 동질감을 전달해주며, 관람자 자신이 놓여진 상황을 돌이켜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강렬한 색채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생명력과 같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암시한다. 강한 명암 대비는 빛을 내는 대상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여기서 ‘빛을 내는 대상’은 내면화된 빛을 표출한 존재들이며, 우리 자신의 표상이거나 우리들이 갈망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나는 회화로써 사람 그리고 외부 환경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으며 퇴화된, 개개인이 원초에 지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Bomin Park / 박보민

    회화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은 붓을 들고 살면서 끊임없이 해오고 되물어 왔으며, 회화를 나만의 언어로 가장 적절하게 형용할 수 있는 의미를 찾아보려고 그림과 동시에 공부해 왔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학원을 다니면 미술 선생님들께서는 나의 그림은 “회화적”이라고 많이들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회화적이라는 표현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나의 그림이 완성에 이르렀을 때 그 말을 들으면 엄청난 칭찬이라고 여겨오며 살았다. “회화적”이라는 말을 들으려고 매 순간 그리고 하나의 붓질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왔던 것 같은 느낌이다.
    회화적이라는 표현에 대한 고찰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또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해갔다. 인간의 손맛이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회화적이라고 하는 걸까? 디지털과 반대되는 느낌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더욱 깊이 있게 고민해보았다.
    이후에 나는 회화와 인생의 공통점에 대한 생각을 이어나가 보았다. 매력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가 매력적인 삶을 살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한다. 그 만큼 예술가의 작품과 그의 삶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그 말을 다시 해석해보자 하면은, 회화와 인생은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공부를 해보기 시작했다.
    회화는 인생과 상당히 비슷하다. 똑같은 하루가 없듯이 똑같은 그림은 없다. 똑같이 하려해도 똑같아질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손끝에서 매 순간 다른 감성으로 묻어나오는 그림이다. 같은 루틴으로 반복되는 하루가 무료하다고 느껴지고 똑같다고 느껴진다 하면은 매우 불행할 것이다. 일상에서의 매 순간 다른 재미를 찾고 모험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방법이다. 똑같은 대상을 여러 번 그린다고해서 그 그림들은 절대 똑같다고 할 수 없다.
    그림을 그리면서 지금보다 더 어린 나이에는 부분에 집착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느껴지는 부분, 또는 너무 잘 그리고 싶은 욕심에 하나의 부분에만 집착을 하는 버릇을 고치기 까지가 정말 어려웠다. 살아가면서 나 자신도 소심한 구석이 있는 지라 어떠한 사건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서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들도 번번히 있었다. 부분을 사랑하되, 부분에 집착하면 안된다는 것도 회화와 인생의 커다란 공통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전체를 보아야한다. 길게 계속 보고 싶기 위해서는 급해서도 안되고, 사소한 부분에 집착을 해서는 안된다. 나는 평소에 커피와 담배를 매우 좋아하는데, ‘커피와 담배의 조합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뭘까?’, ‘왜 많은 예술가들은 그토록 카페에 앉아서 커피와 담배를 즐기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다. 그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은 “커피와 담배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은 인생의 여유를 가지고 풍요롭게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예술, 회화, 그리고 창작은 전체를 바라보고 여유를 가질 줄 알 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어떠한 물질적인 대가를 바라고 회화를 대하면 안된다는 것 역시 회화가 인생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대가를 바라고 대하면 안된다. 진심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회화 또한 그러하다. 쉽다면 쉬울 수 있지만, 계산을 하고 이해를 따지는 그 누군가에게는 무엇보다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 회화이다.
    앞으로도 창작활동을 하면서 더욱 깊이 있게 나의 작품세계와 회화에 대한 고찰을 해보아야 하겠지만, 20대 중반을 지나서야 이 정도까지 회화에 대한 생각을 나만의 언어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다가 물을 엎질렀다. 거기서 망쳤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연의 효과를 받아들이는 것, 단점이 아닌 장점을 볼 줄 아는 것이 회화이다. 인생을 살면서 겪는 수많은 실패와 낙담을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승화시킬 줄 아는 자들이 회화를 하는 것이 아닐까?

    Bomin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