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진 개인전
3-A Gallery, CICA Museum
May 31 – June 4, 2023
2023.05.31 – 06.04
망각, 그 너머에
Forgetfulness, Therefore I Am
2019년부터 ‘망각’이라는 주제로 사회적 관습과 기억으로 발생된 자기라는 습관과 대상에 대한 습관화된 인식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해 오고 있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세 가지의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나는 내 주변을 이루는 환경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통해 성찰해 나가고자 한다. [옷, 공간, 음식] 자본주의는 가장 기본적인 이 삶의 요건들을 소비하고 소유하며 쾌락과 욕망의 도구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형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각각 [자아의 해체 – 인식의 재구성 – 변화를 위한 새로운 습관의 형성]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우리 삶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위의 연속이듯이, 각각의 주제는 나의 일상에서 ‘망각’이라는 하나의 테제(these)아래 유기적으로 연관된다. 나는 이 세 가지의 물성 자체를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사물과 행동들이 어떻게 사회적 관계 안에서 표출되는지 탐구한다. 옷을 입고 벗는 상징적 행위에서 시작하여, 공간의 이동과 정주를 거쳐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는 행위를 분석함으로서 나의 몸과 의식을 지배하는 것들로부터의 해체를 시도한다. 동시에 마지막으로 진행된 음식에 관한 작업은 지난 몇 년간 진행해왔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결론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인도, 터키, 뉴욕, 스페인 등지에서 작업을 하였으며, 마지막 작업인 [음식]을 수행하기위해 지난 1년 4개월 동안 내 삶의 환경을 관찰하고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 글, 퍼포먼스를 통해서 기록으로 남긴다. 기존에 내가 인식했던 관습적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과 같다. 습관은 몸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가 감각하고 욕망하는 모든 것은 우리에게 ‘몸’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가 감각을 이용하는 것도 몸이 주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아닌 배로 세상을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감각과 감정을 제어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과 욕망의 역사적 탐사가 수반되어야 한다. 감각적으로 세계를 파악하지 않고 우리 몸의 오장육부가 느끼는 대로 세계를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그동안 타자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관을 ‘망각’하고 몸이라는 자연을 통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아진 작가는 10년 이상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창의적 표현에 더욱 몰두하고자 2018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예술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전은 회고록의 성격으로 자아와 자기의 관계를 내가 가진 일상의 물건들로 표현하였다. 사회적 관습-안정성, 매뉴얼, 제도화 등-에서 벗어나는 삶에 관하여 탐구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면서 느낀 것들을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예술작업을 통해 개인의 내적 경험을 말하지만, 사회 환경의 이면을 살펴보고, 이것에 지배받는 ‘나’의 모습과 그로인해 형성된 내적 갈등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탐구한다. 나는 예술 작업을 통해 나와 세계와의 유기성을 확인하고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 서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작업에서는 주제별 단편적 퍼포먼스에서 내 삶과 예술에서 ‘나’를 재구성하기 위해 하루 그리고 1년 동안의 지속적 행위(Durational Performance)를 비디오 퍼포먼스로 표현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행위예술가로서 활동 하지만 내 작업의 시작은 글을 쓰는 것에 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나 자신 그리고 타자에 대하여 사유하고 인식하는 것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행위를 만들어낸다. 한 번의 전시가 끝나면 글을 모아 작품집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결과물이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사운드를 만들어 퍼포먼스와 결합하여 실연하기도 하였다. 행위예술이 가진 가능성을 앞으로도 다양하게 시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