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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ji Lee Solo Exhibition

    이수지 개인전

    M Gallery, CICA Museum

    Janunary 26 – 30, 2022

    2022.01.26-30

     

    A very personal methodology of crafting the graphic

    완벽한 구의 형상보다 왜 비정형의 달항아리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러한 감정은 정원(正圓)을 완전히 이탈한 아주 새로운 형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정형에서 아주 약간,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미묘하게 벗어난 모습을 볼 때 느껴진다. 아마도 그 형태 너머에 존재했던, 정원에 가까워지길 바라고 노력한, 제작자의 과정을 엿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바램과 노력이 무색하게도 현대기술력의 발달은 과정을 점점 더 단순하고 납작하게 만들고 있다. 모든 것이 기계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외려 기술력을 인간적 수행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인간 손의 단순한 노동에서 오는 희열, 오랜 수행을 통한 성취감,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통한 성찰, 또한 그 실수에서 발현되는 의도치 않은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지난 6년간 작업의 중심이 되어왔다. 6 년 전 시작된 작업 그래픽의 매우 사적인 공예 방법은 2016년 서체를 물리적인 방식으로 구현 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매년 점진적으로 추가 / 확장되었고, 현재는 종이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모든 그래픽 요소를 온전히 손으로 공예하고 있다.
    2016년, 그래픽을 공예하기 위한 첫 도전은 서체였다. 대량 생산이 목적인 찍어내는 형식으로 고안된 서체는 제도되거나 그려질 수는 있지만, 선과 선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인간만의 본능적인 방식으로 쓰여질 수는 없다. 나는 서체를 물리적으로 쓰기위해 특정 서체를(Bodoni BT) 해체하여 26가지의 코드와 맵을 구축하고, 수동의 도구(장치)를 만들었다. 한 자당 20분 내외의 시간을 들여 완벽하게 써내려고 하지만, 결국 손의 속도, 잉크의 번짐, 실수 등이 인간만의 예측불가능한 미묘하게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2018년부터 서체를 담을 지대, 종이에 관하여 탐구하기 시작했다. 닥나무 껍질의연화로 시작하여 11가지의 과정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수동의 도구(장치)를 만들었고, 이를통해 80*60cm사이즈의 종이 한 장을 이틀에 걸쳐 만들고 있다. 2019 년부터는 여타 그래픽 요소(도형및 배경)들의 구현 방식에 대해 고민하였고 선택한 방법은 손바느질이다. 프린터의 카트리지가 직선의 방향으로 잉크를 뿜어내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업하고 있으며,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계이다. 2020년부터는 과정에 대한 확장을 뒤로하고, 완성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결과물의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랜 해외에서의 생활로 시각적 인지에 대한 언어적 사고는 필연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느꼈고, 이에 대해 글자와 이미지의 형태적 인지에 대한 탐구를 시리즈로 작업하고 있다. Any or any (2021) 는 가장 최근 연작으로 글자와 간단한 도형의 교차 구성을 통해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읽혀지는 대신에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점차적으로 추가, 확장된 과정들을 거쳐 현재 나는 종이를 만들고, 그 위에 서체를 쓰고, 도형들을 바느질 하여 한 장의 그래픽을 오랜 시간 동안 공예하고 있다. 완성된 작품을 멀리서 감상하면 명확하게 보이는 글자와 도형, 길게 그어져 있는 선들이 인쇄된 것처럼 단정하고 조용하게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글자 속 획들의 겹침이나 바느질 한땀한땀과 위빙된 작은 도형들의 밀도감등이 종이 뒤에 가려져있던 치열한 노동의 과정은 그리 조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산업혁명 후 윌리엄모리스가 인간으로서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품고 기계와 손절한 채 다시 공예로 회기하려던 그 시절을 기억한다. 그때보다도 어쩌면 더 급진적인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인간 본연의 수행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너무나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적어도 과정이 기계에 대체되어지는 과도기를 중심에서 목도한 30대의 나로서는 과정을 회복하는 데에서 그 의문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때문에 결과물과 과정의 동등한 가치부여는 나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했고, 결과물과 상응하는 방점을 과정에 찍기 위해, 과정을 그저 시간속에 흘려 보내지는, 결과물 뒤에 존재하는 무형의 것으로 남겨두지 않기로 했다. 결과물을 창작하듯 과정 또한 창작하고, 그것을 보기 좋게 만들어 드러내고, 때로는 과장하여 보여지도록 두는 것이 사라져가는 인간적 수행의 가치를 조명하는 방안이 되기를 바라며 인간의 순수한 노동이 만들어낸 과정의 밀도가 얇디 얇은 종이 한장을 무겁게 만들 수 도 있다고 믿는다.

     

    Sooji Lee is a Korean who was raised in Jakarta, Indonesia since she was 6. She studied her BA in industrial design department in Seoul, Korea and worked in New York as a graphic designer. Now she is living and working in The Netherlands as a visual artist / graphic designer after studying information design MA at Design Academy Eindho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