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4 – 18, 2021
2021년 7월 7일 – 7월 11일
3-A Gallery, CICA Museum
‘Diner with Father’(2018)은 아버지와의 저녁 식사를 재현한 작업이다. 아버지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수술 날짜를 잡지도, 울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는 평상시대로 아침에 집을 나가 저녁에 퇴근을 했다. 작가는 이 상황을 마주하며 아버지의 감정은 음식점 앞에 세워놓은 가짜 음식 모형같이 닳거나 상하는 것이 아닌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느꼈다. 3미터의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작가의 밥상에는 갓 지은 따듯한 밥이, 아버지의 밥상에는 변화가 없는 음식 모형이 놓아져 있다. 식사가 끝난 후 작가가 일어서서 아버지의 자리로 향하고 그 자리에 앉아 반대편 의자를 응시한다. 바라봄과 함께 가장의 자리와 그 무거움을 느끼며 퍼포먼스는 끝난다.
‘Gazing’(2019)은 3미터 남짓한 작은방에서 시작한다. 관객들은 벽에 뚫린 20개의 구멍을 통해 퍼포먼스를 지켜볼 수 있다. 작업은 작가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시선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항상 시선의 객체가 되었던 작가는 퍼포먼스를 통해 안에서 구멍을 통해 사람들을 쳐다보며 구멍을 차단하고 시선을 차단하는 주체가 된다.
‘Untitled’(2021)은 붉은색 액체가 들어있는 틀 안에 위치한 가방을 세 명의 퍼포머가 여러 방향으로 잡아당기면서 시작된다. 타인에 의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고, 옮겨지던 작가는 가방을 열고 날 것 그대로의 세상을 마주한다. 작가는 붉고 미끄러운 액체에 지속적으로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온 몸과 마음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계속되는 바로 서려는 시도와 실패 후 작가는 마침내 일어서서 조명을 응시하며 불안 또한 수용한다.
‘Untitled’(2021)은 가족이나 연인 같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하지만 그 사이에서 형성되는 기대감과 중압감은 점점 쌓여 어느 순간 일방적인 형태를 띄게 된다. 이끼와 흙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놓여진 작가는 포근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작업은 타인과의 의존적 관계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을보여 준다.
‘Resonance’(2021)에서 작가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긍정적이고 밝은 빛만 바라보고 싶지만 빛이 밝아지면 밝아질수록, 커지면 커질 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진다. 퍼포먼스는 작가 본인이 십대때부터 보아왔던 환영에서 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그림자 환영을 부정하고 거부하면서 겁에 질리지만, 결국 그림자 또한 ‘wholeness’가 되기위한 과정임을 받아드린다.
Sun Oh/오선영
오선영은 한국과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연극적 요소가 포함된 퍼포먼스, 설치 작업을 통해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 속 감정을 보편적 감정으로 넓혀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선영은 어떤 사람이나 상황, 행위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과 그 틈에서 생기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노, 슬픔, 폭력, 상실, 불안, 안정과 같은 여러 감정들로 이루어진 작업들은 단순히 손으로, 몸으로 만든 결과물이 아닌 그녀의 삶에서 파생된 조각이다.
Sun Oh, Untitled, Performance, 40min,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