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Gallery, CICA Museum
September 10 – 14, 2025
2025.9.10 – 14
surface of the senses 감각의 표면
‘보는 것이 곧 믿는 것’ 이라는 말을 우리는 별다른 의심 없이 수긍할 것이다. 이는 어떠한 대상을 인지할 때 일차적으로 시각적 형상을 통해 이미지를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인데 시각적 정보의 용이한 접근성 때문에 대상의 전체적 이미지가 시각적 이미지라는 오인을 하기 쉽다. 그러나 시각은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감각 이지만 그것에 대한 객관성은 담보할 수 없기에 대상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근본적인 힘은 시각적 정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주체인 자아에 있는 것이다. 본인의 작품은 컬러 점토를 소재로 먼저 정신 작용을 통한 어떠한 형태를 만든 후 그것을 보고 회화로 옮기는 과정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소재 자체는 정해진 형태와 색감이 존재 하지 않으며 그것을 작가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조형적 관점을 통해 추상적 형태로 만들어 지게 되고 회화로 표현되어 진다. 이는 추상적 형태의 조형물을 사실적으로 그림으로서 극사실주의 회화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함이고 지금까지 시각적으로 인지되지 않은 대상으로 하여금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상상과 해석 등의 연상 작용이 가능 한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또한 그 과정을 통해 껍데기 속의 알맹이, 즉 본질 이라는 정신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꾸준히 작업하는 과정 속에서 본인의 생각, 감정 등의 요소가 자연스레 작품이랑 연결되고 작업의 결과물은 ‘나’라는 본질을 포장한 하나의 껍데기인 것이다. 사회와 문화 속의 물질화된 무언가에 반하여 예술 속에서의 대상은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하나의 매체가 되어왔다. 많은 예술가들은 실제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 했으며 더 나아가 시대적 특성과 작가의 개성에 따라 다각도로 연구되어졌다. 이처럼 대상의 깊은 통찰을 통하여 창작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이며 본인 또한 깊이 있는 내적 변화를 통하여 성숙하게 되는 내면과 그 안의 감정들에 주목하고 화면의 시각적 표현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이정용의 회화는 단순한 극사실주의라 불리기엔 너무도 개념적이며, 단순한 조형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철학적이다. 작가는 손으로 빚은 점토를 다시 시각 이미지로 치환하며 물질성과 비물질성, 현실성과 추상성 사이를 끊임없이 왕복한다. 그러나 이 왕복운동은 단순한 재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존재란 무엇인가’, ‘형상은 무엇을 담는가’, ‘보이는 것과 진실은 어떤 관계인가’와 같은 근원적인 물음으로 확장된다. 이정용의 회화는 그 자체가 철학의 공간이며, 감각을 통해 사유를 촉발하는 ‘정지된 사유의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