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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Young Hee Solo Exhibition

    정영희 개인전
    M Gallery, CICA Museum
    October 2-6, 2024
    2024.10.2-6

    ‘There’

    본인의 작품 <There>는 내가 머물렀던 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
    특정 지워지거나 특화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이 공존하는 곳이다. 작품에서 표현된 ‘There’는 나라는 개체의 경험적 산물로 뚜렷하게 고정 짓거나 고착화하지 않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재하는 곳이다. 시간의 경계를 허물기도 하고 경계를 만들기도 하며 내가 만든 경계는 삼투막과 같은 공간이동이 유연하여 이리저리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고 때로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은밀한 개적 공간이 되기도 한다.
    <There>는 나의 둥지다. 경계를 만들어 자의적으로 스스로 고립시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나의 숨겨진 방인 ‘There’는 자의나 타의로 고립되어가는 동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포함하기도 한다. 경계를 지어 하나하나 나만의 방을 만들어 숨어들기도 하며 때로는 과감히 그곳을 벗어나 유영하며 소통과 동행을 열망하기도 한다. 통제된 시간과 압박해 오는 그 어떤 힘이 나를 포기하고 내려놓는 순간, 빗장 풀린 언어들의 몸짓이 만든 흔적이 된다. 그 흔적들은 때때로 공간이란 물리적 깊이로 부딪히는 벽을 과감히 뛰어넘어 또 다른 세계로 도약을 시도한다.
    <There>는 지나온 삶의 지층이다. 작은 면에서 출발하는데 그것은 추상적인 생각이나 현실의 결과물인 삶의 흔적이다. 아주 작은 면이 모여 띠를 만들고 선과 선은 일상에서 빚어지는 관계이며 사물과 나의 관계이기도 하고 이전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와의 관계이기도 하다. 순간이 독립적으로 동떨어져 떠다니기도 하며 순간들이 모여 거대한 그 무엇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들은 시간을 함의하며 지나온 과거, 순간적으로 다가와 지나가 버리는 오늘이기도 하고 미래의 열망을 말하기도 한다.
    한지로 만든 띠들을 중첩 시켜 역동적인 몸짓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붓으로 채워진 방들은 만들고 시간의 길이 만큼 점점 영역을 만들어 간다. 한순간을 극대화 시키기도 하고 숲과 같이 커다란 덩어리로 드러나 열망의 몸짓을 은유하기도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페인팅과 판화를 접목시켜 새로운 방법적 해석을 시도하려 한다. 방법이 목적이 아닌 하루하루의 작업이 예술을 호흡하는 원동력이 됨을 오늘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