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개인전
CICA Museum, 3-A Gallery
November 15 – 19, 2023
2023.11.15 – 19
시간의 표면
우리는 태초를 알지 못 한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시점이 있다면 그 이전에는 시간이 아닌 어떤 개념이 존재했을까?
시간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존재가 생성되고 소멸 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어느 순간 태어났고,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다. 무한한 시공간의 관점에서 한 개인의 탄생과 죽음, 부와 명예 같은 것들은 표면적 사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흐름과 관계없이 나는 소비를 하며 행복해 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해 한다. 나에게는 세상의 태초와 종말보다 눈 앞에 마주한 현실이 더 중요하다. 내가 자각할 수 있는 시공간은 내가 살아가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여기이기 때문이다.
작품 ‘유의미한 반복’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객들은 반복해서 돌아가는 시계 위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여준다. 시간을 피하기도, 즐기기도 한다. 때론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관망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시장을 떠나며 작가가 만든 시공간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 사이 시간은 흘렀지만 시계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돈다.
과거의 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현재의 내가 있을 뿐이다. 현재의 나는 시간이 흐르는 동시에 과거로 사라지고 있다. 이러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미래의 나는 더이상 없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과거의 나만이 흔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나는 시공간의 표면 위를 부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