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준 개인전
CICA Museum, 3-A Gallery
July 12 – 16, 2023
2023.07.12 – 16
Distant light
이 작품은 빛(Light)과 거리(Distance)를 주제로,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현실과 같은 인공적인 일상 속에서, 인간으로서 느끼는 가장 단순하고도 행복한 갈망을 탐구합니다.
열려진 창문 앞 부드럽게 불어들고 잦아드는 바람에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흔들리는 반투명한 커튼, 그 표면에 비추는 햇빛과 풍경 그림자들은 제가 본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였습니다.
이 설치작품 속, 자연 속 빛의 스펙트럼으로 빛나면서 흔들리는 반투명한 커튼은 저의 기억의 재현과 더불어, 일상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자연과의 만남을 시각화 합니다. 부드러운 바람에 의하여 좌우로 흔들리는 커튼의 움직임을 따라서 어둡고 모호한 공간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빛으로 채우고, 그 속에서 관객은 자신의 모습 또한 그 흔들리는 빛에 반사되거나 모호해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관객은 신비롭게 빛을 발하며 움직이는 작품의 커튼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만져보면서, 그에 따라 변하는 커튼 빛의 색 스펙트럼으로 전시공간을 변형시킵니다. 관객의 물리적 인터랙션 이후에, 또는 그저 가만히 두고 바라만 보아도, 스스로 작동하면서 원래 모습을 회복하는 이 작품은, 인간의 존재 이전, 빛과 바람, 사운드 같은 태초 근원들의 항상성을 모사합니다. 관객에게 명상적인 편안한 자세로 공간을 느끼는 여유로움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동해가는 관객 자신의 관점과 느낌의 해석을 유도해 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커튼 뒤쪽 어둠 속에서 회전하는 선풍기와 그에 상응하며 컴퓨터로 재현되는 자연 속의 바람소리, 선풍기 바람에 따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커튼 표면을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 그리고 커튼의 움직임과 동기화되는 빛 스펙트럼 프로젝션 등, 인공적인 속성들을 공감각적, 실시간 컴퓨터 프로세싱으로 융합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불특정 풍경을 재현합니다. 작품 속 이러한 인식불가한 자연의 공감각적 이미지는, 2차원 스크린 속에서 소비되는 이미지가 아닌 관객 개인의 특정 시공간을 떠올리게 하고, 그곳을 향한 개인의 정신적 거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열어 둔 창문에서 불어 드는 부드러운 바람에 무심코 창문 밖을 바라보지만 사실은 자신의 내면을 향했던 관점들처럼,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서 먼 곳의 특정한 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에 집중하고자,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하려 하는 개인의 순수한 갈망을 바라보고자 제작되었습니다.
유상준은 미국 시애틀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디지털미디어 & 실험아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뉴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는 그는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의 지각을 자극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있다. 작품이 내재하는 아이디어는 자연과 인공이 공존하는 현실 속 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관계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시각화 하는 실험을 하는데, 그의 작업은 개인의 관점과 시공간의 시각화 기술 사이에서 형성되는 비 정형적인 관계, 그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공감각적 경험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며, 또한 관객이 인터랙션을 강요당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이동해가는 자신의 관점과 느낌의 해석을 유도해 내고자, 그는 작품을 통해 관객이 기억 속으로부터의 익숙한 감정들을 이끌어내며, 작품 속 에서 이동하는 자신의 관점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공간과 주변을 인식하는 방식, 그리고 그 안에서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유상준의 작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테크놀로지의 표상적인 것들과 그 속에서 꿈꾸는 이상 사이에 다리를 놓는 매개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