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 개인전
3-A Gallery, CICA Museum
September 14 -18, 2022
2022.09.14-18
Through the Labyrinth
삶은 대체로 설명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곳에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선택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때때로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 그저 놓인다.
<작가 노트 중 발췌>
공간은 삶의 기억을 나타내는 기준점이라고 한다.
인간의 일상적인 기억은 공간을 기반으로 형성이 되는데, 사람마다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이 다르고 공간과 교감하면서 형성되는 경험이 다르기에,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기억은 각자가 다르게 형성된다. 그렇다면 기억을 따라 구성된 공간의 도상이 담고 있는 것은 그 시간을 살아낸 자가 만들어낸 삶의 은유적 형상이다.
나를 둘러싼 상황은 항상 출구가 없는 것 같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삶이 꼭 미로처럼 느껴졌다.
미로 공간에서는 일반적인 공간과는 다른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경험은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로의 거대한 규모로 인해 내부에서는 전체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비슷한 공간이 반복이 되며 방향 감각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출구가 없는 곳에 갇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밖에서 보면 쉽게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때때로 이해할 수 없고,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고는 한다. 물론 모든 것이 설명되고 통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알 수 없는 상태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 그러나 그곳을 빠져나가고자 한다면 출구는 반드시 있다. 우리는 미로를 빠져나온 이후에 처음부터 그곳에 출구가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삶이 그렇다. 이러한 생각으로 <Labyrinth> 작업을 시작하였고 시리즈로 이어가고 있다.
정지은은 실제 장소에서의 지각 경험을 통해 구축된, 실존적인 공간 인식을 유화로 그린다. 작업을 통해 보이는 공간은 본인이 경험한 공간에서의 실제 감각을 넘은 무의식이 반영되며 새롭게 구축되는 또 다른 세계이다. 학부에서는 디지털미디어 디자인을 공부하며 특정 장소에서 일어나는 미디어와 인간의 상호 작용을 스크린 기반의 실시간 영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했었고, 회화 석사와 박사 과정을 통해 공간 인식에 관한 회화적 표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지각된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 공간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며, 회화와 미디어의 융합을 통해 가상 공간에 실재감을 더하기 위한 표현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