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Yoon Juwon Solo Exhibition

    윤주원 개인전

    3-A Gallery, CICA Museum

    July 13-17, 2022

    2022.07.13-17

    PLAntler (Plant + Antler)

    사슴뿔과 식물의 조우

    생성과 소멸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며 성장하는 뿔은 강인한 생명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반대로 견고한 뿌리를 내리고 지속적으로 가지를 뻗는 식물들을 보며 사슴뿔을 떠올리기도 한다. 연상은 시각적 유사성을 넘어 본질적이고 상징적인 비유가 되기도 한다. 사슴뿔과 식물은 그 질서 안에서 만났다.

    수사슴의 뿔은 우리 삶과도 많이 닮아있다. 태어나고 자라고 절정의 꽃을 피우고 시들어 생을 마감하는 과정이 참 비슷하다. 그 뿔은 1년마다 자라고 떨어지고를 반복한다. 봄이 찾아오면 뿔은 서서히 자라고 번식기가 다가오면 영양공급이 차단되면서 세포들이 죽고 석회질화가 진행된다. 벨벳과 같은 껍질 세포가 죽으면서 말라가며 벗겨져 떨어져나가는데 가끔씩 나무에 비벼서 벗겨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사슴은 더 단단하고 완전한 뿔을 갖게 된다. 죽음이라는 숙명적인 경험을 통해 역설적으로 새롭게 성장하고 더욱 견고해지는 우리 인생에는 어떤 흐름이 있다. 마치 생명의 피가 흐르는 것처럼.

    부러진 사슴뿔, 벨벳이 벗겨진 사슴뿔, 봄이 되어 교체되기 위해 떨어진 사슴뿔, 새싹처럼 새로 돋아나는 사슴뿔, 암컷을 쟁탈하기 위해 남성미를 뿜어내는 역동적인 사슴뿔, 밀렵꾼들로 인해 박제된 사슴뿔은 사실 이미 죽은 동물의 신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생명나무에 접붙이는 작업을 통해 다시금 생기를 얻는다. 뿌리에서부터 영양분을 받아 줄기와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들을 관찰하면서 새로 솟아나는 어린 새싹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실어주고 싶다. 생을 다해 사라져가는, 시들거나 떨어져가는 것들에 대한 나의 애틋한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어루만져준다.

    사슴뿔을 통해 삶의 순환을 표현하는 것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에너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로다. 더 나아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하는 패턴과 색감들, 세밀한 강인함은 우리를 끝없는 사유의 시간으로 안내하는 것임을 환기해본다. 동식물들이 가진 원래의 문양과 색을 전복시키는 치장 행위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격려하고 연약함을 강함으로 변모시키고자 하는 간절함의 표현이다. 나에게는 그 역시 거스를 수 없는 무엇이다.

    윤 주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