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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hee Park Solo Exhibition

    March 28 – April 1, 2018
    M Gallery, CICA Museum

    Statement  

    Image

    매 순간 현재의 상황은 곧 과거에 대한 기억이 되고 공간의 물질적 확고함 또한 예외는 아니다. 현재의 객관적 묘사는 사회적 합의일 뿐, 그것의 감각적인 속살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억으로 치환되어 각자의 기억 속에 보관된다.
    나는 지나간 현재 – 공간, 행위, 그 당시의 느낌, 생각 등 -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미지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이미지화 된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구성과 형태가 변하곤 한다. 기억의 이러한 변화는 결국 그것을 되새김질하는 현재 나의 변화이자 상황을 나타내며, 그러므로 다양한 물성과 공간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연상, 재구성하는 작업은 시간의 흐름 속 나를 확인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반투명 하고 불안정한 재료들로 표현된 입체 및 설치 작업들은 열린 형태와 상황들을 구성하여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기억을 모호한 상태로 재현하는 동시에 연상과정의 인상과 감정을 표현한다. 이것은 기억 대상의 이름(합의된 기호)을 상기하여 구체적인 실체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제외한 채 관련 경험만을 떠올려 기억이 갖고있는 주관적 특수성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의도이다. 작업 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불완전하고 연약한 시각적 요소들은 이미지 기억들을 수 차례 재구성하여 기억을 완성하는 과정의 표상이다. 나는 이것이 작업과 공간, 그리고 보는 이의 감각 속에서 미묘하게 진동하며 나의 경험이 공유되기를 바란다.
    기억의 파편들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미래에 있을 또 하나의 기억이 된다. 이러한 연쇄적 반복 과정에서 하나의 기억은 매 단계를 지날 때 마다 그것이 동반하는 나의 모든 지각들과 함께 또 한번 경험을 축적하며 더욱 확장된 기억이 된다. 나는 기억 속에 폐쇄되어 있던 과거의 이미지는 화석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살아 있는 것처럼 진동하며 현재의 차원으로 다가서는 것을 경험한다. 이러한 일련의 순환적인 반복은 매번 다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며 현재의 나를 풍요롭게 한다.

    Kyunghee Park (박경희)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후 영국(슬래이드)와 Chelsea college of art에서 각각 MFA와 MRes 과정을 이수하며, 글라스왁스, 아크릴, 천 등 가변적이고 유약한 재료의 물성을 통해 시간과 공간, 객체와 주체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독특한 조형언어로 표현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2017년 이후부터 영상, 설치, 평면 등 다양한 시각예술영역을 넘나들며 공감적인 이미지의 확장과 기억의 불확실성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